거가대교는 닮은꼴의 2주탑 사장교와 3주탑 사장교가 장관을 이루며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를 연결하는 다리로, 거제도민의 오랜 숙원을 이루어준 상징적인 교량입니다. 이 다리는 단순한 교통 인프라를 넘어, 우리나라 해상 기술력과 설계 능력을 전 세계에 보여준 기념비적인 구조물입니다.

1. 바다 위의 도전, 거가대교의 탄생 배경
거가대교는 부산과 거제를 직접 연결하는 길로서, 단순한 교량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거제도는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로 큰 섬으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같은 대형 조선소가 위치한 산업 중심지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육상 접근성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부산으로 향하려면 서쪽의 진주 방면을 통해 우회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약 2시간 5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러한 불편함은 거제도민의 오랜 민원이었고, 결국 동쪽 가덕도를 잇는 최단 거리 노선의 건설이 숙원 사업으로 제기되었습니다.
당시 정부와 지자체는 거제도의 산업적 잠재력과 관광적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부산에서 거제까지 약 8.2km를 연결하는 초대형 해상도로의 건설이 추진되었습니다. 이 노선은 단순한 도로가 아니라 해저 터널과 사장교, 접속교가 함께 구성된 복합 구조물이었습니다. 특히 주 항로를 통과하는 구간에는 대형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침매식 해저 터널이 설치되었고, 그 외 항로에는 2주탑 사장교와 3주탑 사장교가 세워졌습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1조 4천억 원이 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국가 재정만으로는 어려웠기 때문에 민간 자본을 유치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되었습니다. 거가대교의 건설은 단순한 인프라 확충을 넘어,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고 남해안 관광벨트를 완성하려는 국가적 의지가 담긴 사업이었습니다. 특히 거제도민에게는 부산까지 2시간이 걸리던 거리가 1시간 이내로 단축되면서, 실질적인 생활권이 확대되고 경제 활동의 폭도 넓어졌습니다.
이처럼 거가대교의 건설은 단순히 섬과 도시를 잇는 다리가 아니라, 지역의 한계를 뛰어넘고 국가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입증하는 상징적인 프로젝트로 평가됩니다. 또한 바다를 가로지르는 대형 해상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국내 토목기술이 새로운 단계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세계적 기술이 집약된 구조적 특징과 설계
거가대교는 단순히 긴 다리를 세운 것이 아니라, 다양한 해상 환경과 기술적 제약을 극복한 복합 구조물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교량은 2주탑 사장교와 3주탑 사장교, 그리고 이들을 연결하는 접속교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사장교 구간은 주탑의 형태가 서로 닮은 곡선형 다이아몬드 구조로 설계되었습니다. 이러한 곡선형 주탑은 구조적 안정성과 함께 심미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한 결과입니다.
설계 기준 또한 당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미국 AASHTO의 LRFD 설계법이 적용되었습니다. 이는 하중과 저항을 세밀하게 계산해 구조적 안전성을 높이는 최신 설계기법으로, 거가대교는 국내에서 이 방식을 10년 이상 앞서 적용한 첫 사례였습니다. 또한 시공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설계와 시공을 병행하는 패스트 트랙 방식을 도입했고, 대부분의 주요 부재는 육상 제작장에서 미리 제작한 후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캐스트 공법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주탑의 기초는 9천 톤이 넘는 대형 케이슨으로 제작되어 해상에서 부력을 조절하며 정밀하게 거치되었습니다. 이는 바다 깊은 곳에서도 안정적인 지지력을 확보하기 위한 최적의 방식이었습니다. 또한 교각과 코핑도 프리캐스트로 제작되어 내구성과 품질이 한층 향상되었으며, 국내 최초로 플로팅 시스템을 도입해 지진에도 강한 구조를 갖추었습니다.
이외에도 시공 중 바람에 의한 진동을 제어하기 위해 주탑 상단에 TMD라는 제진장치를 설치하였는데, 이는 대형 사장교 시공에서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였습니다. 이러한 기술적 혁신 덕분에 거가대교는 구조적 안정성과 예술적 디자인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다리로 완성되었습니다. 주탑의 곡선형 실루엣은 남해의 수평선과 조화를 이루며, 해저 터널을 지나 바다 위로 올라올 때 펼쳐지는 장대한 풍경은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과 같습니다.
3. 지역을 잇고 세대를 잇는 다리, 거가대교의 의미
거가대교의 완공은 단순한 교통망 확충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부산과 거제를 1시간 이내로 연결함으로써 산업, 물류, 관광 등 여러 분야에서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특히 조선업 중심의 거제는 부산항과의 물류 이동 효율성이 향상되면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관광 면에서도 남해안의 주요 관광지와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찾는 여행객의 수가 늘어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른바 부산 쏠림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거가대교를 통해 부산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와 경제활동이 부산으로 집중되는 ‘빨대 효과’가 발생한 것입니다. 거제시 입장에서는 인구와 상권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현상으로 이어졌으며, 외부 관광객의 방문이 증가하더라도 대부분 당일 관광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불균형은 향후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거가대교가 지역 균형 발전의 상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단순히 도로 연결을 넘어, 거제와 부산이 상생할 수 있는 산업 연계 및 관광 콘텐츠 개발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가대교는 우리나라 토목기술의 새로운 장을 연 대표적 사례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침매식 해저터널과 대형 사장교가 함께 구성된 복합 교량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공학적 업적입니다. 거가대교는 단순히 두 지역을 잇는 길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세계 해양 인프라 기술력의 중심에 설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구조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