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브리지는 영국 북동부 스톡턴-온-티스 지역의 티스강 위에 놓인 두 개의 비대칭 타이드아치교로, 그 이름처럼 무한대를 닮은 아름다운 곡선이 돋보이는 보행자 전용 교량입니다.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지역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 잡은 이 다리는 영국 엔지니어링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도시 재생의 중심에서 태어난 다리
인피니티브리지는 단순한 다리가 아니라 도시 재생의 상징으로 탄생했습니다. 2000년대 초 영국 북동부 티스 밸리 지역은 한때 번성했던 철강과 조선 산업이 쇠퇴하며 침체의 그림자에 놓여 있었습니다. 이를 되살리기 위해 영국 정부와 지역 자치단체는 대규모 도시 재생 프로젝트를 추진했습니다. 그 핵심이 바로 티스강 일대를 새롭게 단장하는 ‘노스 쇼어 재개발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티스데일 공원과 더럼 대학의 스톡턴 캠퍼스를 연결하는 상징적인 구조물이 필요했고, 이를 실현한 결과물이 바로 인피니티브리지였습니다.
이 다리는 스톡턴 자치 의회와 티스 밸리 재생사업단이 주도했으며, 2003년 영국 왕립건축가협회(RIBA)가 주관한 설계 공모전에서 당선된 작품입니다. 공모 당시 요구 조건은 단순했습니다. “비용이 들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극적인 형태의 다리를 설계하라.” 이 요구에 응답한 익스페디션 엔지니어링과 스펜스 어소시에이츠는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의 시각적 효과를 내는 미니멀리즘 구조를 제시했습니다.
총 공사비 1,500만 파운드가 투입된 인피니티브리지는 2007년 6월 착공해 2009년 5월 14일 개통되었습니다. 다리의 원래 이름은 ‘노스쇼어브리지’였지만, 티스강 위에 비친 두 개의 아치가 마치 수학적 기호 ‘∞(무한대)’의 형태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라 ‘인피니티브리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 다리는 스톡턴 지역의 산업 유산과 현대적 감각을 잇는 가교이자, 쇠퇴한 도시가 다시 일어서는 희망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2. 미니멀리즘과 공학이 조화를 이룬 구조
인피니티브리지는 길이 240m, 폭 5m의 세련된 형태를 지닌 보행자 전용 다리로, 구조적으로는 두 개의 비대칭 타이드아치교가 연속된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아치의 길이는 각각 120m와 60m이며, 높이는 40m에 달합니다. 이 다리의 구조적 핵심은 ‘타이드아치’ 형식에 있습니다. 이는 아치가 바깥으로 퍼지려는 힘을 내부 인장재, 즉 타이로 잡아주는 방식으로, 하중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며 세장한 구조를 가능하게 합니다.
설계 단계에서는 디지털 기반의 3차원 모델링이 적극 활용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설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 아니라, 복잡한 곡선 구조의 정확한 제작과 조립을 보장하기 위한 필수 과정이었습니다. 덕분에 설계 의도가 왜곡되지 않고 정교하게 반영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작사인 클리블랜드 브리지 앤 엔지니어링 컴퍼니와 시공사인 발포어 비티 시빌 엔지니어링, 발주처 스톡턴 자치 의회가 긴밀하게 협력하며 공학적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인피니티브리지는 구조적 안정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특히 보행자 다리의 고질적인 문제인 진동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7개의 질량 동조기를 데크 하단에 설치했습니다. 이는 사람이 많이 다리를 건널 때 발생하는 횡 방향의 흔들림을 제어하기 위한 장치로, 다리의 안전성과 보행 쾌적성을 동시에 확보했습니다.
이 다리는 시공 과정 또한 정밀함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치 구조는 공장에서 사전 제작 후 현장에서 부분 조립하는 방식으로 설치되었으며, 영국 내 가장 큰 이동식 크레인 중 하나인 Gottwald AK680이 사용되었습니다. 모든 부재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와 내후성 강재로 이루어져 있으며, 교량의 모든 곡선은 하중과 조형미를 고려해 세밀하게 계산되었습니다. 그 결과, 인피니티브리지는 구조적 효율성과 예술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실현한 교량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3. 빛과 조형이 만든 새로운 상징
인피니티브리지는 단순히 건축적 완성도만으로 주목받은 것이 아닙니다. 이 다리는 빛과 조형미의 조화를 통해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낮에는 절제된 미니멀리즘의 세련미로 눈길을 끌고, 밤이 되면 다리 아래 숨겨진 LED 조명 장치가 불을 밝히며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난간과 일체화된 조명 장치는 다리의 외관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색감을 더해 강물 위에 무한대의 빛을 투영합니다.
이처럼 인피니티브리지는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하나의 ‘경관 예술’로 평가됩니다. 스톡턴 주민과 방문객에게는 산책과 휴식을 제공하는 공간이자,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습니다. 실제로 이 다리는 개통 이후 수많은 관광객과 사진가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으며,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인피니티브리지는 여러 국제적인 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2009년 영국 구조공학협회에서 최고의 구조물에 수여하는 수푸림어워드를 수상했으며, 콘크리트 소사이어티상, 로버트 스티븐슨상, 그린애플 환경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히 아름다운 다리가 아니라, 환경과 기술, 예술이 조화를 이룬 ‘살아 있는 구조물’로서 평가받았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밤, 티스강에 비친 인피니티브리지의 곡선은 마치 도시의 심장처럼 빛납니다. 그것은 단순히 철과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다리가 아니라, 과거의 영광을 품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도시의 의지를 상징하는 구조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다리를 ‘무한의 다리’라고 부르며, 끝없는 가능성과 희망의 상징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